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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동차 그리는 스물 세가지 방법

2010-08-31  

글  이영준. 기계 비평가. 계원 디자인예술대학 교수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삼선국민학교 운동장에 불자동차를 한대 갖다 놓고 그리는 대회가 열렸었는데 그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생각났다.


신고전주의적 방법
불자동차를 세세하게, 표면의 질감을 살려서 눈앞에 있는 듯이 실감나게 묘사한다. 소방관들도 마상의 나폴레옹처럼 의고적인 표정과 동작으로 영웅적인 자세로 불을 끄는 모습으로 그린다. 너무 고리타분하다고 불평하면 불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철학자들의 중요한 주제였다고 우긴다.

인상파적 방법
불자동차의 표면에 반사하는 햇빛의 빛살을 그린다. 형태는 약간 삐딱하게 그린다. 그림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했어도 세잔느는 「카드 놀이하는 사람」에서 테이블을 삐딱하게 그렸음에도 대가로 대접받았다고 우긴다.

입체파적 방법
입체파란 잘못된 번역이고, 입방체파가 맞는다. 사물을 여러 개의 입방체로 표현했으므로. 이에 따라, 불자동차를 여러 개의 입방체로 나누어서, 마치 됫박을 여러 개 겹쳐 놓은 듯이 그린다. 눈이 어지럽다고 불평하면 원래 세상은 어지러운 거라고 우긴다.

다다이즘적 방법
불자동차를 아주 뽀개서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놓고 작품이라고 우긴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따지면 예술은 원래 폭력적인 것이라고 우긴다.

초현실주의적 방법
불자동차, 소방호스, 고가사다리, 불탄 잔해, 시체 등을 마구 섞어서 혼란스럽고 헛갈리게 그린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냐고 물으면 불난 현장은 원래 항상 정신이 없는 거라고 우긴다.

미래파적 방법
제5원소에 나오는 형태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자동차를 그린다. 이런 건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따지면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어떻게 미술을 보냐고 거꾸로 따진다.

추상표현주의적 방법
빨간색을 그저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바른다. 되는대로 할수록, 즉 랜덤하게 바를수록 고수 같은 냄새가 난다. 그것도 성에 안 차면 물감을 통째로 들어부어 놓고는 액션 페인팅이라고 우긴다.

미니멀한 방법
화면 전체를 그저 똑같은 빨간색으로 균일하게 바른다. 불자동차가 어디 있냐고 하면 아주 가까이서 본 모습이라고 우긴다.

대지미술적 방법
넓은 운동장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불자동차를 거기 반쯤 파묻는다. 불자동차 운전수가 내 차 원래대로 꺼내놓으라고 하면 예술은 숭고한 것이고 불자동차 한 대 쯤은 기꺼이 희생될 수 있는 거라고 우긴다.

개념미술적인 방법
불자동차의 사전적인 정의를 써 붙인다. 불자동차 그림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꼭 그림으로 봐야 불자동차의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불자동차의 개념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긴다. 당신 같이 개념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 수 있냐고 거꾸로 따진다.

포스트모더니즘적 방법
불자동차가 나오는 만화, 영화, 사진, 포스터 등 온갖 대중적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화면에 때려 넣고는 작품이라고 우긴다. 도대체 작가의 독창성이 어디 있냐고 따지면 작가는 죽었다고 우긴다.

사진적 기법
불자동차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준다. 그림으로 그려야 한다고 따지면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중요성도 모르느냐고 거꾸로 따진다.

이중섭 스타일
소가 불자동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세상에 소가 끄는 불자동차가 어디 있냐고 따지면 어떻게 그렇게도 꿈이 없냐고 거꾸로 따진다.

박수근 스타일
불자동차를 칙칙한 향토적 색채로 그린다. 불자동차와 향토적 서정은 상관없는 거라고 따지면 불은 도시고 시골이고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지 날 수 있는 거라고 우긴다.

이응노 스타일
불자동차를 휘적거리듯 춤추는 형상으로 수묵으로 그린다. 불자동차가 이렇게 휘청거려서 되겠느냐고 따지면 풍류 없이는 불도 못 끄고 예술도 못 한다고 우긴다.

천경자 스타일
야시시한 여자가 머리에 꽃뱀을 이고 불자동차 위에 요염하게 올라탄 모습을 그린다. 너무 야하지 않은지 따지면 예술과 섹슈얼리티는 뗄 수 없는 거라고 우긴다.

김기창 스타일
그의 바보산수의 스타일을 따라, 바보 같은 불자동차를 그린다. 불자동차는 바보가 아니라고 따지면 그걸 이해 못하는 너야말로 바보라고 우긴다.

데미안 허스트 스타일
불자동차를 반으로 쪼개서 포르말린 통에 넣어 놓는다. 잔인하다고 하면 불나는 것만큼 잔인한 게 어디에 있냐며 대든다.

크리스토 스타일
불자동차를 천으로 싸버린다. 무식한 물량의 과시 아니냐고 하면 불 끄려면 원래 물량이 많이 투입되는 거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로버트 메이플 도프 스타일
불자동차 위에서 애널 섹스하는 동성애자들을 사진 찍는다. 이거는 예술이 아니라 외설이라고 하면 예술은 불같이 화끈해야 된다고 요설을 푼다.

사이궈창(蔡國强) 스타일
불자동차를 폭파시킨다. 과격하다고 하면 예술과 불이 결합했는데 어떻게 과격해지지 않을 수 있냐고 시치미 뗀다.

빈센트 반 고호 스타일
불자동차의 한쪽 백미러를 잘라내고 그린다. 멀쩡한 불자동차 왜 병신을 만드는지 물으면 인간은 본래 병신이라고 우긴다.

고갱 스타일
불자동차를 타히티에 끌고 가서 그린다. 가뜩이나 더운 지방에 웬 시뻘건 불자동차냐고 하면 이열치열이라고 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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