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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 : 디지털 디자인 센세이션>전, V&A 뮤지엄

2009-12-24  

 

디지털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디코드: 디지털 디자인 센세이션》전이 런던 V&A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디지털 아트 & 디자인 페스티벌 원닷제로(onedotzero)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다이엘 브라운(Daniel Brown), 골란 레빈(Golan Levin), 다니엘 로진 등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디자이너들의  최근 5년간 만들어진 디지털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올해는 런던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in London)에서 《사이버네틱 세렌디피티(Cybernetic Serendipity인공지능에 의한 발견능력)》전시가 열린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1968년의 이 전시는 컴퓨터에 기반한 다양한 예술들, 음악, 시, 무용, 조각, 애니메이션등을 한자리에 모아 주목을 끌었지만, 전시가 끝난 직후 전시에 쓰여진 그래픽이 V&A뮤지엄에 수집될 때에는 '프린트'로 분리될만큼 컴퓨터아트에 관한 사회의 이해도는 낮았다.

이후 디지털 아트는 그들이 도구로 삼았던 컴퓨터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역을 넓혀왔다. 60년대에 허버트 프랭크(Herbert Franke) 와 프리더 네이키(Frieder Nake)는 컴퓨터에서 기계팔이 달려 펜을 움직일 수 있는 간단한 플로터로 명령을 보내, 일종의 기하학적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후에 아티스트 찰스 수리(Charles Csuri)가 이 과정에 랜덤한 요소를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해롤드 코헨(Harold Cohen)과 로만 베로츠코(Roman Verotsko)등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드는 새로운 컴퓨터에 숙달되었다.1980년대에 들어서 브러쉬나 연필과 같은 그래픽의 전통적인 효과들을 재현하는 페인트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시니어큐레이터 더글러스 도즈(Douglas Dodds)는 "페인트프로그램이 기저의 테크놀로지를 이해할 필요 없이 작업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대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의 많은 작업들은 테크놀로지 자체에 매료되기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전시는 세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먼저 원료로서의 코드(Code as a Raw Material)에서는 컴퓨터 코드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은 컴퓨터코드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매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과는 주어진 조건과 코드의 알고리즘에 따라 생성되며, 조건이 바뀌면 그 결과도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다니엘 브라운의 작품 ‘성장과 형태에 대하여(On Growth and Form)’ 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끊임없이 성장하며 새 눈과 꽃, 줄기를 틔우는 가공의 식물 이미지를 만들었다.

두 번째 테마는 쌍방향성(Interactivity)으로, 관람객 혹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디자인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화면을 향해 페인트를 쏟고 마음껏 칠할 수도(Mehmet Akten 바디페인트),  뮤지엄 바깥의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디지털나무를 바라볼 수 도 있다. 다니엘 로진(Daniel Rozin)의 ‘직물 거울(Weave Mirror)’은 직물처럼 짜여진 768개의 곡면에, 작품을 보는 이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각각의 면들은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고, 희뿌연 인물의 상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마지막 세 번째 테마는 네트워크(The Network). 블로그부터 이동통신이나 위성 추적 GPS 시스템까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남긴 디지털의 흔적들을 다룬 작품들에 주목한다. 해당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이러한 정보를 재해석해, 데이터를 인상적인 형태로 옮겨놓은 것이다. 미국을 지나는 비행의 패턴을 실시간의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해 비가시적인 정보를 지도로 만든 아론 코블린(Aaron Koblin)의 작업이나, 조너선 해리스(Jonathan Harris)와 세팬더 캄바(Sepandar Kamvar)의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프로젝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조너선 해리스와 세팬더 캄바의 wefeefine.org는 세계 각지의 블로거들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 코멘트들을 뽑아낸 뒤, 이 정보를 다채로운 색상의 부유하는 원들로 재현했다. 블로거의 성별, 나이, 거주지, 날씨는 물론 기분 상태에 따라 정보를 필터링함으로써, 오늘날 삶에 대한 익명의 매우 사적인 발언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40년 전, ICA에서의 전시에서 고든 파스크(Gordon Pask)는 빛에 반응하는 거대한 모빌들을 선보였고(The Colloquy of Mobiles,1968), 피터 지노비에프(Peter Zinovieff)는 관객이 마이크에 대고 부르는 선율을 바탕으로 작곡을 해 연주하는 기계를 전시했다. 60년대 방 안을 가득 채울만큼 컸던 컴퓨터는 우리 손에 들어올 만큼 작아졌고, 빨라졌다. 컴퓨터기술은 널리 퍼져 이제는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아닌 이들도 보다 쉽게 디지털아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어떠한가. 컴퓨터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예술의 수단으로서의 디지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 아트가 센세이셔널해질 수 있는 순간은, 큐레이터의 말처럼 그 메세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아트의 가볍고 진중한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2010년 4월 11일까지 런던 V&A 뮤지엄에서 열린다.

전시http://www.vam.ac.uk/microsites/decode/exhibition

 


그림1: 전시를 위해 카르슈텐 슈미트(Karsten Schmidt)가 만든 아이덴티티 영상. 누구나 리코드(recode)해 자신만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리코드 갤러리


그림2 '성장과 형태에 대하여', 다니엘 브라운


그림3 '모빌들의 담화' 고든 파스크,《사이버네틱 세렌디피티》전시, 런던 ICA, 1968


그림4 다니엘 로진의 ‘직물 거울’


그림5 '비행패턴', 아론 코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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