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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 프레임률 : MUTEK 2009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2009-12-23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이 라이브 뮤직 퍼포먼스에 불어왔던 혁신과 실험의 바람을 종종 간과해 왔다는 사실은 수긍할 만 하다. 뜨고 있는 유통경로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만 집착하는 문화는 라이브 퍼포먼스가 펼칠 수 있는 기량을 간과하도록 거의 유도하다시피 했다. 진화하는 음악 퍼포먼스의 패러다임을 감안하면 MUTEK 페스티벌이 적절한 참고가 될 수 있겠다. 매봄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MUTEK 페스티벌은 진보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의 정점에 있다. 2000년 처음 시작되어 지난 주에 10주년 행사를 치른 이 페스티벌은 글로벌 하우스, 테크노, 실험음악 커뮤니티의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내세워 역동적인 라인업을 짜 왔다.

이 페스티벌은 고동치는 곳에 가득 들어찬 밤문화 씬 뿐 아니라 무정형적이고 대담한 멀티미디어, 갤러리 프로젝트를 모체로 삼은 특이한 아이덴티티에서 배양되었다. 또한 MUTEK은 몬트리얼을 일렉트로닉 음악네트워크의 국제적 거점으로 삼아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공연의 기반으로써 발전했다. A/VISIONS는 멀티미디어 공연에 붙여지는 MUTEK 프로그램명이다. 2009년 에서는 재키 리베차이트&번트 프리드먼 (Jaki Liebezeit&Burnt Friedman), 펀 이어스 (The Fun Years), 허먼 콜젠 (Herman Kolgen), 마르탱 테뜨로& 미쉘 랑주방 (Martin Tétreault&Michel Langevin) 등의 아티스트 군단이 네 가지 이벤트를 맡았고 래스터-노턴 레코드사에서는 레이블 쇼케이스를 보여 주었다. 이 공연들은 굉장히 다양하기도 했고, 라이브 음악의 전경이 되는 비디오,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 방식 또한 각기 보여 주었다. 사운드 디자인 기반의 비디오, 실시간 비주얼라이제이션, 복고적인 조명들은 모두 라이브 컴퓨터 음악과 관련된 표준적인 제스쳐들 - 노브 비틀기와 여기저기 건드리기 (<아르티피시엘>의 줄리앙 로이가 ‘정교한 치어리딩’이라고 묘사했던 바로 그 액션들) - 에 대안적 시각관점을 제시하려고 채택되었다. 다음은 그 구체적인 예이다.


• 쾰른의 미니멀리스트 아티스트 울프강 보이트(Wolfgang Voigt)는 장편 길이의 영화 같은(협력자 페트라 홀렌바흐 연출) 음침한 <개스 Gas>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보이트가 침울하게 조작한 말러와 바그너 음악은 광대한 테마의 사진 아카이브에서 가져와 끝없이 줌인되는 추상적인 형상과 함께 한다. 그 작품을 보는 경험은 마치 강렬하고 신비한 블랙포레스트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 영국 쉐필드 출신의 SND는 결이 있는 리듬 편성과 최소화한 그래픽 아트 전략으로 찬사를 받았다. 이 듀오는 큰 영사 스크린 앞에 자리를 잡고, 각자 콘트롤러를 조작하면 그들 뒤의 이미지 오른쪽에 수직선이 보이도록 해 놓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오는 오디오 정보가 축적되고, 전체 퍼포먼스는 바코드와 옆으로 스크롤되는 디지털 태피스트리로 기록된다. 


• 토비아스 프로인트(Tobias Freund)와 막스 로더바우어(Max Loderbauer)의 NSI 프로젝트에서는 빈티지 아날로그 일렉트로닉 음악에 아주 간단한 조명과 반사장치를 사용한 복고적인 공연을 보여 주었다. 이 둘과 비주얼 디자이너 지미 라카토스(Jimmy Lakatos)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1950년대 SF물 혹은 썬 라Sun Ra 스타일의 스페이스 재즈와 비교할 만 했다. 또, 프레임률에 대한 논의의 영향을 완전히 받지 않는 영상들도 환상적이었다.


이상의 예들은 다양한 A VISION 시리즈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행사들이 VJ 문화, 비디오 아트 혹은 “라이브 시네마”의 모범적 실행에서 한 발자국 비껴나 있으며, 단발성의 실험적 퍼포먼스들을 일렬로 세워 놓은 것이 재미있다. 사운드, 빛, 공간 그리고 즉흥연주는 스테이지에서 다른 동작으로 장비를 만질 때마다 재고되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MUTEK 2009에서의 두 이벤트 는 꼭 언급되어야만 한다. 앞서 소개되었던 래스터-노턴 레이블사의 쇼케이스, 그리고 로버트 헨케와 크리스토퍼 바우더가 “연주한” 기계 설치작품 <원자Atom>가 바로 그것이다.

래스터-노튼은 올라프 벤더(Olaf Bender), 카스턴 니콜라이(Carsten Nicolai), 프랭크 브렛슈나이더(Frank Bretschneider)가 90년대 중반에 세운 실험적인 레코드 레이블 회사이다. 이 레이블은 독일 켐니츠 출신으로 디지털 신호 프로세싱이 주는 예측하지 못했던 몇몇 가능성까지 포용하는 뻣뻣하고 미니멀한 리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매력은 사운드디자인 너머로까지 확장되며, 기하학적 패턴,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 그리고 정밀도로 된 간소한 패키징과 함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런 디자인적 감성은 관련 설치작업, 특히 실시간 음악 비주얼라이제이션의 최근 시스템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해 초부터는 래스터-노튼 소속 아티스트 벤더(Bender), 니콜라이(Nicolai), 앞서 언급된 SND가 그렉 허마노빅 (Greg Hermanovic), 마커스 해크먼(Markus Heckmann), 디리버티브(the Derivative)과 일하기 시작했다. 진행 중인 협동작업은 오디오 분석을 모션그래픽에 음악퍼포먼스를 통합하는 상호연관적 틀로 유도하는(이 것은 딴 데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그렇게 납득할 만하진 않다) 아티스트 위주의 비주얼라이제이션 툴을 몇 가지 만들어 내었다.

다음은 MUTEK에서의 레이블 무대에 관해서이다. 니콜라이의 알바 노토Alva Noto 공연에서는 소시에떼 데자르 테크놀로지크(Societe des Arts Technologiques)의 벽 전체가 정교한 인터페이스로 변했을 때, 어디서 미디어가 멈추고 어디서 건축이 시작되는지 찾기 어려워졌다. 래스터-노튼은 클럽 트랜스미디알 2009에서 열린 니콜라이의 <리듬_스크린rhythm_screen> 공연을 “무한한 무도장”이라 비유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운드-이미지-공간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은 뮤지션들과 비주얼 아티스트와 클럽광을 흥분시켰다.

MUTEK 2009의 하이라이트는 모노레이크(Monolake)라고도 불리는 로버트 헨케 (Robert Henke)와 크리스토퍼 바우더의 <원자Atom> 설치작업이다. <원자>는 콘서트장이나 클럽이 아니라 동굴 같은 전시장인 플라스 데자르(Place des arts)에서 열렸다. 이 작품은 헬륨 풍선들이 가로세로 여덟 개씩 격자로 있고, 각 풍선줄은 모터가 달려 케이블을 감는 윈치와 연결되어 있다. 각 풍선은 밝기 조절이 가능한 LED가 들어 있으며, 전체 어셈블리는 헨케의 앰비언트 테크노 음악에 반응하는 공간의 악기로써 기능한다. 퍼커션이 각 풍선의 밝기나 떠 있는 높이 등을 조절하는 수 있게 하는 등, 오디오적 사건들은 계속해서 벌어진다. 바우더는 이 작품을 두 아티스트가 협력하여 작동하는 “커다란 기계”라고 묘사한다.

헨케는 한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4 LED회로는 필연적으로 “간단해야만 하는 음악적, 시각적 그리고 공간적 구조”를 만들어 낸다. 즉, 헨케의 음악 퍼포먼스는 제약에 의해서 이끌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헨케 스스로도 클립을 “그가 다룰 수 있고 ‘정말’ 집중할 수 있는 최대치인” 4미디로 제한했다. <원자>가 공연되는 것을 보는 것은 낯선 경험이다. 이 작품은 3D 그래픽 이퀼라이저처럼 작동하기를 바라는 혹자의 기대를 저버린다. 이 공연에서는 뮤지션과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둘 다 통치권을 가지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확실한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진정성 있는 연주의 몇몇 순간들도 마찬가지이다. 베이스는 딱 떨어지고, 윈치 모터는 미디 클립 중 하나와 조화를 이루는 듯 같다. 헨케와 바우더는 (대놓고) 드러나지 않으며 관객들은 이 키네틱 놀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자리를 뜬다. 이 작품은 매혹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헨케가 테크노가 만들어지기 위한 첫 번째 심플한 원칙인 <리듬 머신>으로 돌아가도록 환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MUTEK이 그 규모를 점점 크게 하고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는 것을 지켜보기란 신나는 일이었다. A VISIONS 이벤트 시리즈와 원자로 구성된 이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은 라이브 일렉트로닉 음악과 미디어의 교차점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부수었다. 퍼포머들의 제스쳐가 결국엔 중요하거나 흥미롭지 않은 그런 것이어서? 어쩌면 비디오, 모션그래픽이 배경화면처럼 쓰일 필요가 없어서? 어쨌거나 한 가지 사소한 지적이 있다면 바로 아티스트들이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다룰 때에서이다. 지난주 피터 컨(Peter Kirn)의 '개스'리뷰에서도 언급되었듯, 몇몇 경우에는 작품에 참여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누군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MUTEK의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일 이 페스티벌이 스타급 미디어 아티스트들 예매로 골치를 겪을 정도가 된다면, 그들을 중심 앞에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디리버티브와 안티VJ(AntiVJ)같은 비주얼 크루들은 꽤 두드러지긴 했어도, 그 외의 경우에는 누가 픽셀을 조작하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UTEK은 첫 번째의, 그리고 제일의 음악 페스티벌이며 그 저류에 있는 아트, 미디어, 디자인은 매년 더 강해지고 있다.

via Rhizome (http://rhizome.org/editorial/2668) posted by Greg J. Smith / 2009.06.03
그렉 스미스(Greg J. Smith)는 토론토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이다. 그렉은 디지털아트 출판물 <베이그 터레인 Vague Terrain>을 큐레이팅하고 편집했으며 “Serial Consign”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SND (사진: basic_sounds)


펀 이어스 The Fun Years (사진: watchlooksee)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 (사진: Tobias c. van Veen)


아톰 Atom, TESLA-베를린 전시, 2007 9월 (사진: Justine 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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