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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e

아티스트 콜렉티브의 힘

2010-10-19  

주요 논점
1)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구성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2) 느슨한 공동체라고 하지만 그룹명 자체에 생기는 존재감을 어떻게 여기고 다루는가?
3) 요즘 콜렉티브에서 리서치란 어떤 비중이고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4) 바니걸스와 소녀시대만큼 다르게 느껴지는 과거 ‘공동작업’과 현재 콜렉티브의 차이는 무엇인가?
5) 콜렉티브에서 ‘따로 또 같이’를 어떻게 하고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는가?
6) 행동주의(activism)적 차원이 있다. 무엇이 콜렉티브의 힘인가?
7) 콜렉티브의 자원(resource)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참여 패널
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옥인콜렉티브는 종로구 옥인동 옥인아파트의 지명을 딴 작가 그룹으로, 언제나 개발 중인 도시에서 쉽사리 발견하게 되는 무수한 ‘옥인’을 기억하며 도시 공간 속의 탐험, 연구와 놀이, 환대(hospitality), 예술과 일상의 말랑한 침투와 개입을 고민한다.

이미연, 이병재, 박재영
콜렉티브 프로젝트 그룹 파트타임스위트

홍은주, 최준우, 김경은
가짜잡지 2007년 첫 호가 나왔다. 제호인 "가짜잡지(Gazzazapzi)"는 '가짜 잡지(Fake Magazine)'를 의미한다. 여러 참여자들의 글과 작업을 모아 독립된 책의 형태로 묶어 내긴 하지만 통념적인 의미의 잡지를 만든다는 의식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참여자는 주로 디자이너, 예술가, 저술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성원들은 잡지 발간 외에도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5월, 공간 해밀톤에서 「GZFM 90.0 91.3 92.5 94.2」전시를 열었다. 

사회.김장언 독립큐레이터
옵저버.홍성민 예술가


김장언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포도넷에서 아티스트 콜렉티브와 관련된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홍성민   최근 아티스트 그룹이 디자인이나 순수미술 쪽에서 활동이 많아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특징이 젊다는 것과 또 전 세대 공동작업과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김장언   콜렉티브나 소그룹, 동인 등은 형태와 방식은 다르다고 해도 미술계에서 늘 작동되어왔다고 생각한다. 우선 80년대 말 새로운 소그룹 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작가로서 홍성민 선생께 지금의 소그룹 혹은 콜렉티브는 예전과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궁금하다.

홍성민  과거  소그룹운동이란 전문 큐레이터의 부재 시기였으므로 큐레이터가 해야할 기획을 멤버들이 하는것이었고, 공동작업이란 주로 일회적이고 2인정도의 파트너십 협업이었다. 거기서 A+B에서 AB를 만들거나 C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콜렉티브는 A, B, C가 그대로 있는 동시에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과거는 둘의 작업이 비슷하거나 혹은 다르기 때문에 해보라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다지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두 부분의 좋은 점이 깎여서 밋밋해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의 콜렉티브는 반대로 완성된 프로덕트 보다는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혹은 지향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기획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이외에도 많은 콜렉티브 그룹이 있고 2000년 이후 그들의 등장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작업하는 것과 콜렉티브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김장언   이제 그럼 오늘 초대된 콜렉티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각자 팀 별로 서로 모이게 된 계기와 어떤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우리는 태생부터 콜렉티브의 성격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옥인아파트에 사는 김화용 작가의 초대로 작가들이 그곳을 찾았었고, 몇몇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 옥인바캉스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흥미로운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후 그렇게 공유했던 지점을 해프닝이 아닌 어떤 것으로 연장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팀이다. 그것이 옥인이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한 후에야 옥인콜렉티브란 이름으로 확정되었다. 옥인콜렉티브는 언제까지,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목적도 없다. 그만둘 시점은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흥미거리들을 끊임없이 계속 찾는 중이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우리는 상황으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셋 다 학교 졸업 후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들에게 관습적으로 주어지는 전시의 형태에 불만이 있었다. 우울한 시기였다. 그래서 오히려 전시 기회를 어떤 이들로부터 요청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간단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혼자 한다는 부담감 혹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셋이 함께 했을 때 더 많은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 작년에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가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이 민망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간을 찾기로 했고 그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방식에 관해서는, 다른 콜렉티브도 그런 경우가 많겠지만 우리도 목적이 뚜렷하게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일반적인 전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공동으로 공간을 쓰는데 각자 작업을 전시하는 식?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룹 전시를 하는 다른 작가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작업이기보다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공동작업에서 놓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개인으로서는 못하는 이야기들을 공동의 이름으로 풀 수 있다는 점이 소중했다. 작년에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금도 자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홍은주. 가짜잡지
나와 김형재가 둘이서 주로 글과 작업을 의뢰하고 모으고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발행하는 역할을 한다. 함께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완전히 정해졌다기보다 주로 참여하는 친구들 외에 그때그때 가능한 분들의 원고를 싣는다. 그래서 콜렉티브라기보다 일종의 네트워크의 형태 같다.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김형재가 사고를 당해 2년 가까이 병원에 머무르면서 소수의 친구들과만 제한적으로 교류하던 중 그래도 무언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온 생각이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면서도 비슷한 취향과 목표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 것이 ‘가짜잡지’이다. 일단 매체를 하나 만드니 그것을 매개로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마치 그룹사운드 이름처럼 ‘가짜잡지와 친구들’이란 명칭을 은연중에 사용하게 되었다. 

김장언    각 팀들은 서로 구성원들이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구성원들 간의 어떤 접점들이 있는 것 같다. 취향의 공동체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과정 속에서도 늘 어떤 접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다. 무작정 모인다고 일이 만들어지거나 콜렉티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발화지점으로서 취향 등이 작동될 수 있지만, 콜렉티브로서 작동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는 졸업을 앞두고 맞이한 불안감으로 뭉쳤다고 하는데, 옥인 작가들은 대부분 7-8년 동안 작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했다. (웃음) 작가로서 척박한 환경에서 다른 일을 병행해가며 작업을 유지해 왔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대해 옥인 아파트를 오가면서 공유하는 계기가 있었다. ‘옥인동 바캉스’ 때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큰 공감대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지속하고 싶은 이들이 자연스레 추려지게 되었다.

홍성민   그럼 콜렉티브 그룹이 되면 덜 불안해지는가?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그럴 리가. 직접적인 대안을 생산한다기보다는 우리의 공감대를 계속 이야기해 나간다는 자체가 그 당시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그것으로 인해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나? 콜렉티브가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김장언   정서적 위안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부분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그런 부분도 컸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연령대에 상관없이 유사한 불안감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콜렉티브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개인 작업에 비해서 콜렉티브가 결코 쉽지 않다. 가끔은 내가 왜 개인 작업에 집중하지 않고 콜렉티브 작업을 하는 것인지 고민할 때도 있다. 콜렉티브 활동에서 재미있는 점은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오는 에너지는 무시 못 할 부분이다.

홍은주. 가짜잡지
「디자인 텍스트」란 무크지가 99년 나왔다. 우리가 학부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 이었는데, 그 동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참 저자로서의 디자인 얘기도 많았고.. 그러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의 디자인' ‘DNA_R도시문화리서치 안양’ 등의 프로젝트에 가짜잡지의 주축을 이루는 친구들이 많이 참여 했었다. 우리는 평촌의 신도시가 토개공의 계획에 의해 어떻게 뚝딱뚝딱 만들어지는가 또는 안양 구도심과는 어떤 관계를 맺는지 직접 리서치를 하고 그 내용을 매핑했다. 마치 건축 쪽 이야기 같은데, 실제로도 렘 콜하스나 아틀리에 바우와우 등의 책들을 탐독하고 참조했다. 이후 'DRS(design research school) 01: 특별한 도시 공부'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외부환경을 바라보고 비평하는 방법론을 더욱 심화해서 학습했다. 가짜잡지의 색깔은 이런 작업들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러니까 디자이너의 저자성, 디자인텍스트 동인들의 활동, 리서치 기반의 건축가들의 활동, 유럽의 실험적 디자이너들의 작업들, 현대미술 뭐 그런 게 당시 우리의 머리 속에 전부 짬뽕이 되어 있었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그 때 처해있었던 상황이 서로 공감이 많이 되었고 절박하고 절실했었다. 그것은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 상황은 우리에게만 주어진 것은 아닐 터이다. 대학을 졸업한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고정 직업과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 나가야만 한다. 그러면서 생기는 상황들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재미있었던 점은, 도시에서 공간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비슷한 상황의 젊은 친구들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게 굴러갔다는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지하의 공간을 썼고, 그 다음은 공터, 그 다음에 옥상에 올라갔는데 그 과정은 예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일부러 그 장소를 찾아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이 아니라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이행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우리는 젊은 친구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통해서 해결해 보자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젊은 작가들을 그렇게 만드는 시스템 하에 우리도 같은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우리의 프로젝트나 방향은 사회 시스템의 영향하에 자연스럽게 이끌어지게 되었다.

김장언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자연스럽게 세상과 대면하면서 각자 들었던 불안과 고민들이 서로를 우연히 모이게 하고, 이를 통해서 공동작업도 하며 개별작업도 진행하는 유기적 형태를 구성하는 것 같다.  예전 소그룹들은 소위 미학적 매니페스토를 선언하고 그 이론적인 선언문 하에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 콜렉티브들은 선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삶과 대면하는 고백의 방식이다. 또한 내가 느끼기엔 요즘 콜렉티브는 공동체를 유기체로 작동시키면서 개별과의 분리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콜렉티브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가깝다는 가짜잡지의 정의처럼. 옥인콜렉티브도 파트타임스위트도 실체는 없다고 하지만, 말하자면 독립법인처럼 어떤 차원에서 콜렉티브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은 그 콜렉티브가 유기적 생명체를 갖기 이해서 노력하고, 그 유기적 생명체로서 콜렉티브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또 다른 거리를 형성하면서도 그 부분으로 작동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작년 파트타임스위트는 전시를 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유연해져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장소가 전시를 위한 곳이 아닌 외부공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 또한 예측 가능하지 않았고 예산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미리 정해놓은 규율이나 슬로건이 아닌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콜렉티브의 시스템과 작업의 내용을 만들어 왔던 것 같다.

박재영. 파트타임스위트
세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파트타임스위트의 캐릭터가 생겼다. 그 실체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지 여러 면에서 고민을 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스위트를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 어떻게 끝마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새로운 작업들에 계속 영향을 준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작년에는 파트타임스위트가 이미연, 이병재, 박재영 딱 3인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파트타임스위트 자체의 존재감이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파트타임스위트가 그 자체로 너무 뚜렷한 어떤 사물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든다. 작년엔 개인 작업과 공동작업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고 하면 올해는 그런 고민들과 더불어 파트타임스위트가 고착화될까 봐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생겨났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다. 김장언씨가 언급했듯 우리는 시대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먼저 정서적 공감대가 너무 컸고, 그것에 대해서는 서로 크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번에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했던 라디오 스테이션 같은 경우 네트워크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그물 같은 형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방향성을 일부러 설정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결정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우리 프로젝트 진행에는 미래의 계획보다는 이전의 프로그램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번 라디오스테이션이 끝나게 되면 다음엔 어떤 것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강의 아이디어는 있지만 거기에 지향하는 형식은 없다. 라디오스테이션으로 인해 또 새로운 모드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미리 결정하기보다도 매번 순간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예상 질문지에 대표작을 소개해달라는 항목을 보면서 작업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런 성격들이 많아서 난감했을 지경이다. (웃음)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처음에는 상황이나 조건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가 지금껏 우리 앞에 놓여졌던 상황들을 어떻게 생각했었고 어떠한 태도를 가졌었는지 상기하면서 참고하게 되었다.

김장언   가짜잡지는 정기적으로 잡지형식의 도서를 발간한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성을 드러내고 작동시키기 용이할 수도 있겠다.

홍은주. 가짜잡지
발간이 정기적이지도 않고 이슈를 정해서 내지도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다. 처음 ‘가짜잡지’가 나왔을 때는 다들 학부생이었다. 각자 작업들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선에서 하고, 그것을 모아 시너지를 내자는 의식이 강했다. 그 후로 몇 년이 흐르면서 다들 졸업하고 회사원, 생활인이 되었다. 예전처럼 열심히 작업을 하기에는 회사라든지 결혼 문제 등 작업에 집중하기에 장애로 여겨지는 것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나와 김형재는 발행인으로서 특히 어떻게 서로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동기와 원동력을 제공하면서 같이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김장언   직업인으로서 규정되는 디자이너와 자신의 세계관을 독립적으로 작동시키는 작가는 서로 다른 존재로 인식될 수 있지만, 세계관을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역시 사회에서 규정되는 작가라는 직업에 충실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질문을 던져 보면, 일부에서는 요즘 콜렉티브는 예전처럼 행동주의적 차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어떤 차원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동시대적인 조건에서 지금의 콜렉티브는 다른 차원의 행동주의적 태도를 발명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행동주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인식되는 행동주의와 그 외화방식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행동주의에 대한 의의부터 다르게 인식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홍성민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콜렉티브는 특정함을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가 동력이 되어 엔진을 작동시키며 리서치를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오늘 초청된 콜렉티브 셋 다 팀을 브랜드화하거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 않고 리서치를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비록 외부에서 보기엔 몰려다니는 걸로 보일 테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가짜잡지의 ‘가짜’를 뺀 것들에 대한 반동임이 분명하다. 아까 말한 개인적 절박함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런 식으로 콜렉티브는 콜렉티브가 아닌 것에 어떤 것에 대한 반동으로부터 시작한 것 아니겠나?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분명 불안함이나 공포는 혼자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공감을 나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논의와 행위를 더 끌고 나갈 수 있는 느슨한 틀을 형성할 수 있다. 정치적인 것이 과거와 어떻게 구별될 수 있나 대해서까지 이야기하지 못해도 삶이 정치적인 것과 무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 대상이나 목표를 반대급부로 설정하고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허무함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방식은 작가로서 반드시 딜레마를 겪게 되며 결국 해결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이어간다. 옥인 작가들이 각기 수년 간 개별 작업을 해왔다는 것은 장점이다. 콜렉티브 활동과 개인 작업의 균형점에 대한 부담감이 확실히 덜했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사실 리서치는 콜렉티브 활동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리서치는 콜렉티브 활동뿐만 아니라 구성원 각 개인에게 이미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안정함을 왜 느끼는지, 그것을 나 자신만 느끼는지, 내 주변도 그러한지에 대한 의문들이 나의 리서치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불안감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하며, 내게 주어진 문제점들은 내가 속한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인 듯하다. 그러한 현상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미술의 경계가 아닌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를 경험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우리 콜렉티브는 기본적으로 모여서 전시를 할 뿐 아니라 우리 셋이서 워크샵처럼 학습을 하는 기능이 있다. 이것이 불안과 연관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졸업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한 작업이 나오기 전까지 토론하는 기간이 엄청 길다. 이런 학습적 차원 외에도 여럿이 모여 있으니 작업을 선보일 때 발언에 관해 보다 확신이 들게 한다. 두 번째 전시가 끝나고 클로징 이벤트로 광화문 일대를 산책했던 경험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럿이 모였을 때 공간에서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그것이 거대한 슬로건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그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파트타임스위트의 수가 비록 셋이지만 그것을 퍼블릭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방금 전 언급되었던 광화문 산책에서 우리 팀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플래시를 비추며 걸었을 때의 그 느낌과도 비슷하다. 수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시스템 안에 사람들이 모이고 돌아다닌다는 자체가 여기서 말하는 행동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우리는 특정한 지역에서 출발했다. 그것이 삶의 공간이기도 했는데 만일 내가 그곳에 혼자 살면서 작업했다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 같다. 내가 초대를 했던 이유는 개발과 관련된 정치적인 발언보다,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삶의 다양한 결들 살아가는 방법을 말해 보자는 것이었다. 옥인바캉스에서 나왔던 그런 확장되는 이야기들이 의미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게 현실은 해결 안되지만 일련의 위안을 받고, 혼자 했을 때 침잠되었을 수도 있는 에너지를 함께 하면서 다른 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들이 의미 있었다.

홍은주. 가짜잡지
우리는 질문을 듣고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서 처음 생각해 보았다. 가짜잡지 참여자들 중 한 명이 농담처럼 한 말인데, 여기 아니면 어디다 실을 수 있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다들 하고 싶은 것이나 재미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 그 작업이 기존 매체에 들어가기엔 장벽이 높고 시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잡지는 그보다는 더 자유롭게 이런 저런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모토는 할 수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을 모아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것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다. 우리에게 행동한다는 의미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라는 의미이다.

                   「가짜잡지」 4호 표지


김장언   다들 방금 처한 상태들에 관련해서 위안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 나는 위안이라는 정서적 태도가 갖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콜렉티브를 위안이라는 차원으로만 언어화할 경우 그것이 자칫 자위행위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단어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어떤 차원에서는 사적인 태도와 감정의 연대를 통해서 공적인 발언을 형성하고 획득해나가는 과정이 지금의 콜렉티브들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위안 이상의 새로운 가능성과 에너지를 찾기 위한 노력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자원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대하는 기회를 갖고, 차츰 자신들의 활동성을 확장해나가는 방식 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동주의의 개념에 대한 섬세한 차원이 열리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이번에 라디오스테이션을 하면서 인터뷰했던 김현미 선생이 공감능력의 회복에 관해서 이야기했었다. 그 부분이 방송에는 나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그 단어를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감 능력이라는 것이 있나? 우리가 그런 걸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 단어로 찾아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홍성민   아까 들으면서 느낀 부분인데 공감이나 위안이 서정적인 차원이 아니고, 혼자의 불편함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는 부분에서 구조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것 같다. 혼자 작업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그저 일기장에나 쓸 법한 불편함이 아닐까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함께 가지면서 사회적인 지점이 생기는가 보다. 

홍은주. 가짜잡지
공감이나 위안을 표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각자 자유롭게 작업을 하되 편집자와 작가처럼 서로 이야기해가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발전시킨다. 또 그런 과정을 거쳐서 책을 만들었을 때 그것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의 작업이나 원고를 이해하고 흥미로워 하는 과정이 위안이나 공감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콜렉티브를 하면서 ‘당신은 액티비스트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왜 그런 질문을 받게 될까 고민을 해 보니 머리가 하나보다 여러 개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이다. 군중이라는 개념을 고려해 본다면 이것이 지금 시대만의 인식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만약 우리가 액티비스트로 인식이 된다면 앞으로의 활동은 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김장언   리서치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은 콜렉티브의 작업을 설명하면서 리서치로 그 특성을 규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나는 창작 활동 역시 어떤 차원에서는 모두 리서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콜렉티브의 작업을 리서치로 규정하는 것에 그다지 동의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리서치라고 하면,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적 리서치만을 떠올리지만, 천재적 영웅으로서 작가의 개념이 상실된 지금, 그리고 창작 행위도 지적 활동의 하나로 인식하는 지금, 리서치에 대한 열린 개념이 필요하다. 우리가 현대 미술에 대해서 흥미로워하는 것은 어쩌면 그가 그룹이든 개인이든, 그들이 세상에 대면하기 위해 자신들이 고안한 창조적 리서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차원에서는 콜렉티브의 리서치 방식과 결과의 돌출이 좀더 사회학적, 인류학적 특성을 띠거나 발언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서의 리서치가 매번 사회과학적 결과물로 돌출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파트타임스위트는 리서치 과정을 중시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매우 사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강하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여기 모인 콜렉티브 팀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가는 팀들도 있다. 일단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다 액티비스트라고 보여지기 쉬운 FF가 있다. 이들은 2010 서울디자인올림픽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업을 진행 했었다. 외국에는 예스 프로젝트(Yes Project), 그래피티 리서치 랩(Graffiti Research Lab)을 들 수 있겠다. 언급한 팀들의 공통점은 상황과 리서치에 확고하게 기반을 두며 퍼블릭한 주제를 퍼블릭한 장소 와 매체를 적극활용 하여 작업을 풀어나간다. 그런 면에서 더욱 액티비스트다운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트타임스위트의 경우에는 그런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상황을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이면을 들추어 확인시켜주는 작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액티비스트라기 보다는 작가적 마인드를 가진 콜렉티브에 가깝다. 일련의 책임감으로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방식보다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정치적일 수 있으며 때로는 사회적인 발언 또한 가능하다고 본다. 그 방법론도 항상 생각한다. 예전의 프로젝트에서도 그랬었지만 앞으로도 그러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우리는 리서치라고 말하기에는 조직화된 방식으로 하지 안는다. 리서치보다는 오히려 서핑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그러지는 않아도 우리에겐 분명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공공화시키려는 태도가 있다. 계몽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만 한편 전세대의 계몽적인 태도들의 연장선상이 아니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다.

김경은. 가짜잡지
도시에 관련한 디자인 리서치작업을 여럿 해봤기 때문에 리서치 베이스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우리가 취했던 방식은 도시의 다양한 면들 중에서 자신이 흥미롭게 여긴 부분을 뽑아서 작업하고 그것들을 모아 책이나 전시의 형태로 이어지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작업은 도시에 관한 리서치를 베이스로 한다고 규정짓기에는 보다 다양해졌다.

김장언   요즘의 콜렉티브는 집단 내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구성하기보다 오히려 그 내부의 거리들, 긴장감들을 유지하고 그것을 새로운 에너지로 사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지금의 세대와 비교해서 홍성민 선생 세대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홍성민   뮤지엄 등 소그룹들은 과거 소그룹 운동의 선언 또는 어떤 주장을 하지 말자는 최초의 그룹 이었다. 모토가 없는 그룹, 의미 없음의 의미, 아나킥한 어떤 것.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는 민중미술과 미니멀의 이분법으로 나뉜 세대에 대한 반동이 있었다. 지금의 콜렉티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전시를 위해 주제를 정하거나 어떻게 카탈로그를 만들고 어떻게 실질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정보교환 하는 정도였지 작업 자체에 관해서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좁게 보자면 결국 큐레이터의 역할을 모여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소그룹들은 90년대 중반 전문 큐레이터들의 등장으로 사라졌다. 이후엔 2인조 커플의 공동작업들이 눈에 띈다.

김장언   공동작업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처럼, 집단으로 모여서 그 내부에서 크리틱을 통해 각자의 작업에 대한 비판과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콜렉티브 자체의 작업과 생명력을 작동시키기 위한 토론과 비평을 작동시키는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는 콜렉티브의 프로젝트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서로가 치열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개인의 프로젝트는 개인의 몫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각자 새로운 자극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그렇지만, 서로의 협업은 그 콜렉티브의 작업으로 독립되는 의미를 갖도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긴장감을 작동시키고 유지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항상 미묘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현재의 콜렉티브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균형점.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매 프로젝트마다 우리 셋은 그에 맞는 균형을 잡아 와야 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흐트러지는 경우 콜렉티브가 해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파트타임스위트의 작년 프로젝트들은 기본적으로 공간에 초점에 맞추는 작업으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도 수많은 균형점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작업의 내용이 되기도 하였다. 점차 다음 프로젝트에 그 내용들이 전이 되었고 작년 세 번째 프로젝트 이후에는 그 균형점의 위치가 크게 달라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게 되었다. 올해에는 유연하게 그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이전과 다르게 다른 협업 작가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균형점을 어떻게, 어디에 두고 갈 것인지에 더욱더 고민하고 있다.

홍성민   어떤 프로젝트인가?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문래예술공장 맵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가, 그래픽 디자이너, 연극인 등과 함께 하게 되었다.

김장언   균형점이 작동하는 곳에서 콜렉티브의 성격들이 규정되지 않은가?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의 경우 ‘따로 또 같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실제로 콜렉티브가 맞이하는 모든 국면과 프로젝트의 면면이 모두 똑같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옥인동 바캉스’는 준비와 향유가 같이 이루어졌지만, 이번 라디오 프로젝트는 모두가 강도 높게 스태프처럼 일해야 했기 때문에 진정 컬렉티비티가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긴장하는 부분은, 우리가 그 일을 즐거워하는지에 관해서이다. 그 부분을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점검한다는 것 자체는 그것을 의식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애초에 즐거움이 의식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사실 미술씬 안에서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활발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콜렉티브의 경우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만약 모니터링을 잘 하지 않을 경우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콜렉티브가 공통으로 공부하고 리서치를 하는 과정, 예를 들어 좋은 영화가 있는데 같이 보러 가거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쌓이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서로를 모방하거나 인용하는 순간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 순간들에서 때때로 ‘따로’ 가 잘 되지 않는 묘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상기하고 점검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무딘 비누조각처럼 팀 전체가 뭉뚱그려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김경은. 가짜잡지
가짜잡지의 경우에는 잡지라는 매체가 어느 정도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 같다.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은 잡지가 나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동  (웃음)

홍은주. 가짜잡지
가짜잡지를 위한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개인적으로 친구 사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김장언   홍성민 선생이 말씀하신, 아나킥하다는 점이 요즘의 콜렉티브에서 중요한 특징일 수 있겠다. 아나키스트들은 기본적으로 파괴적인 특징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떤 차원에서 요즘 등장하는 콜렉티브의 주된 태도는 낭만적인 아나키즘적인 태도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미묘하게 정치적인 결들을 생산해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은 아나킥하다는 자체에 대해서 비판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요즘 세대에서 이야기할 때 중요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지난 ‘뮤지엄 그룹’의 활동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기본적으로 옥인콜렉티브는 우리의 성격이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을 정의할라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웃음). 대신, 우리의 활동이 어떻게 인식되어지에 관해서는 모니터링을 한다. 개인작업도 마찬가지지만 팀 작업으로 의도가 아닌 방향으로 회자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형태 없는, 전시도 아닌 전시활동들을 해오긴 했어도 말이다. NJP 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너희(옥인콜렉티브)가 하는 행동들을 갖다 놓고 싶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이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선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아나킥하다는 것은 팀의 성격보다도 팀에 속한 팀원 각자의 삶에 더 강하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우리는 아나킥한 무엇을 하자’고는 단합하지 않는다.

홍성민   들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이것이 아나킥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파트타임스위트가 홍대 앞 언더 밴드 되기, 옥인콜렉티브는 라디오PD되기, 그리고 가짜잡지의 순수미술처럼 나온 전시. 이런 횡단의 지점이 흥미로웠다. 80년대 소그룹 운동 미술 전시와는 달리 이런 식의 변신은 개인이 하는 것보다 좀 더 용이해지지 않을까? 개인작가는 그 자체가 바로 브랜드화 되기 때문에 콜렉티브의 장점이 그런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다른 장소에 가서 뭐뭐 되기’가 오버랩되는 상태가 정치적인 힘을 획득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파트타임스위트가 정말 홍대 앞 밴드만큼 잘한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일동 (웃음)

홍성민   오히려 홍대 앞 밴드 같기도 하고 꽃땅바의 바텐더 같기도 하고 작가 같기도 한 오버랩 상태의 모호함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장언   그렇다. 끊임없이 규정들을 비껴가는 지점이 있다.

최준우. 가짜잡지
여러 명이라서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사실 뚜렷한 목적을 만들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맞게 작업을 하고 그것들을 모으는 것이다. 분명 제각각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데 책을 보면 전체가 어떤 일정한 맥락의 흐름을 띠게 되는 것이 우리도 재미있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외부에서 옥인콜렉티브를 바라보는 시선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처음 테이크아웃드로잉 레지던시를 시작하면서 한 일이 옥상에 깃발을 꽂은 것이었다. 그저 우리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단순 명쾌한 신호의 의미였는데, 어떤 이들은 너무 공산당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옥인아파트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생존이 걸린 재개발 현장에서 웬 바캉스냐 너무 나이브한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고. 우리는 사실 그런 반응을 꽤 즐기면서 다른 이야기 거리를 찾아내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을 성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뱉어내기도 한다.

 <콘크리트 아일랜드>  옥인 콜렉티브 2010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우리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여기에 깃발을 꽂겠다는 식이 아닌데 보는 사람들이 우리의 포지셔닝을 정한다. 그런데 우리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그런 경험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는데 굳이 그들을 설득하지는 않는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혼자 느끼는 재미와 여러 명일 때의 재미는 또 다르다. 기존의 전시 경험에서 작품 걸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 생산과 비평이라는 미술계 내에서의 작품의 유통과 미술시장에서의 유통 방식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콜렉티브는 효과적인 면이 있다.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우리 안에서도 삶의 결과 방식들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볼 때 저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서 모였을까 싶을 텐데, 우리에게는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 다른 에너지를 교류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 내가 평소에 할 수 없을 것 같던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것을 우리 멤버가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낼 때의 희열이 있다.

김경은. 가짜잡지
우리는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간 해밀톤이나 헤이리 판페스티벌 전시는 단지 주어진 조건에서 잡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혹은 우리가 생각한 주제를 흥미롭게 보여줄 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어떤 면에서는, 디자인이란 이런 것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을 계속 하고 있는게 아닐까. 

홍은주. 가짜잡지
아티스트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 전시라는 점이 재미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중에서 아티스트가 되려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김장언   어떤 차원에서 콜렉티브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순간 그 콜렉티브의 활동이 중지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각 콜렉티브들은 이러한 점을 어떻게 해결하나. 파트타임스위트의 경우, 레지던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최소한의 자원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홍성민   레지던시에 방이 하나밖에 없으면 어떡하나?

일동   (웃음)

홍은주.  가짜잡지
처음 1호를 졸업 전시로써 만들었는데, 졸업전시를 위해 모아둔 돈이 잡지를 발간하기에는 모자라서, 모자라는 돈은 몇몇 친한 선배들에게 5만원씩만 투자해주시라고 했었다. 

일동  (웃음)

홍은주. 가짜잡지
그래서 일단 우리 돈으로 책을 만들고 딱 제작단가만큼 가격을 책정해 팔고 나온 돈으로 또 보태서 다음 호를 인쇄 하고 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으로 기금을 받아서 전시를 했고, 다음 호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리소스란 사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총알 없이 시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자발성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콜렉티브의 위기감과 직결 된 것 같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물리적인 조건이 취약하니 우리에게는 기생이 중요한 생존방식이 되기도 한다.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고려하거나 필요한 토대 위에 슬쩍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콜렉티브의 단점일 수도 있는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 한 사람에게 일이 더 몰릴 수도 있다. 우리에게 도전이 되는 것은 담론적이거나 내용적인 문제 보다 어쩌면 실행적 차원에서의 인간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이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우리는 멤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이제까지 참여했던 작가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참여가 가능한 작가들을 구성하게 되며, 다음에는 누가 프로그램 진행을 주도할 리더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논의한다. 우리는 우습지만 회칙이 있다. 누구나 가입하고 누구나 탈퇴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프로젝트가 완결된 시점에서만 가능하다는...

홍성민   그 회칙을 어긴다면?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제재는 아무것도 없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절교?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마음의 문을 닫는 거?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우리가 좀 유치하다.

일동 (웃음)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우리도 비슷한 점을 느낀다. 얼마 전에 문예진흥위원회에서 내년 사업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기획이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굉장히 예측이 힘들고 장소 등 대부분의 경우는 정해진 것 없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준비를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아예 뭐가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해 볼 때 오히려 새롭게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금이나 예산이 생산을 할 때는 유용하지만, 어떤 생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무엇이라면 그 경우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의 네트워킹을 이용하고 각자의 능력을 더하면 돈이 없어도 프로덕트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타임스위트를 시작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홍성민 선생님이 아까 말씀하셨듯 우리는 정치적일 때도, 아나킥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 밖으로 나와서 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미술 씬 안에서 유통되는 것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파트타임스위트는 소위 미술적인 작업이 아닌 비미술적인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우리에겐 그런 부분들이 훨씬 재미있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요즘 밴드활동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미연씨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파트타임스위트사운드를 미술적인 작업의 범주에 두지 않고 활동하려 하나 현재는 미술계에서만 불러주는 경향이 있다. 콜렉티브 내부적으로는 밴드가 주는 긍정적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밴드가 외부적으로 드러날 때는 분명 애매한 지점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미술전시 오프닝 등에 불려 다니면서 이루어지는 밴드활동이라면 미술작가집단이 보여주는 장기자랑이나 추가적 옵션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롱을 떠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밴드의 성격이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밴드 멤버인 태현까지 네 명이 되면 우리의 느낌이 달라진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셋과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음악을 같이 공유하고 합주한다는 부분이 그렇다. 돈을 받고 공연을 할 생각으로 연주를 한다면 그것은 프로의 자세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 연습을 거의 하지 않고 모여서만 연주를 한다. 음악을 만들 때도 한 사람에게서 한 구절이 나오면 옆 사람이 이어 부르는 식으로 얼렁뚱땅 만들어진다.

홍성민   그런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로페셔널 밴드가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진다. 이 친구들을 순수예술을 하는지, 음악을 하는지, 바텐더를 하는지 헛갈리기 때문에 정치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분명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콜렉티브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혼자서는 못하는 것을 모여서 한다는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밴드와 비슷하다. 파트타임스위트 사운드의 경우에도 작년 ‘Loop the Loop’ 전시 영상작업의 음악을 평소 친분이 있던 최태현한테 맡기게 되었고 그 결과물을 전시의 클로징 이벤트로 파트타임스위트와 최태현이 함께 연주하게 되면서 밴드의 형태로 결성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어쩌면 우발적으로 만들어져 유지되는 파트타임스위트의 사운드는 내부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이자 자극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외부의 친구가 들어옴으로 작동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이 그렇다. 문래 맵 프로젝트에서 이루어질 협업 작업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 Loop the Loop」, 퍼포먼스 영상, 2009  파트타임스위트

 

김장언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최근에 이런 느슨한 연대의 공동작업이 90년대 이후로 있어왔다. 나는 그것을 미술계 커뮤니티가 와해되면서, 다시 말해 미술계 커뮤니티가 셀러브리티화 되면서 야기된 현상은 아닐까 한다. 그런 과정에서 콜렉티브라는 형식으로 아주 세분화된 자신만의 커뮤니티들을 형성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것을 어떻게 보면 폐쇄적일 수도 있지만 작은 커뮤니티들이 콜렉티브의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서로 에너지를 만들고 공유하고 뿜어내고 의미하는 활동을 한다. 어떤 차원에서 아나킥하고 어떤 차원에서는 정치적이고 어떤 차원에서 나이브하거나, 어떤 차원에서는 급진적인 면을 보여주는 식의. 최근 디자인 쪽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지 않은가? 어떤가?

홍은주. 가짜잡지
미술 쪽도 마찬가지겠지만 디자이너들도 자가 출판물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장언   출판하는데 의의를 두는 건가?

홍은주. 가짜잡지
우리 입장에서는, 아까 김장언씨가 자위가 되면 안 된다고 했듯, 우리는 아주 분명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늘 우리는 딱 우리 책을 제대로 이해해 줄 사람들 수만큼 팔린다고 생각하고 부수를 늘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을 만족시켰으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자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팔리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통하도록 작업을 변질시켜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대치에 충족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우리가 설정한 독자들에게도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홍성민   자, 그럼 다음 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자체 프로젝트로 셋이서 경기도와 강원도 사이의 남방한계선 근처로 횡단 여행을 다녀왔다. 그 작업들을 결과물로 보여주려고 한다. 전시 형태가 이 프로젝트에 맞을지 의문은 들지만 기금을 받아서 어쨌든 전시로써 선보일 것이다. 또한 올해 문래예술공장에서 다른 팀들과 함께 하는 합작 프로젝트 계획도 있다.

홍은주. 가짜잡지
잡지를 만들다 보면 한 꼭지로써 끝나지 않고 한 권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작업이 있다. 얼마 전에 출판 등록을 하고서 첫 단행본이 나왔다. 제목은 「인섹타 에렉투스(Insecta Erectus)」이며 저자는 최환욱이다. 제목인 '인섹타 에렉투스'는 직립곤충류라는 뜻으로, 직립 곤충류라는 생물군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도감처럼 보이나 직립 곤충은 가상의 단어이고 내용 역시 완전히 허구이다. 그는 거기서 직립해서 걸어 다니던 곤충이 있다며 그 곤충들의 생태를 가짜로 적어 놓았는데 사실 한국 사회를 풍자한 내용이다. 저자의 이름도 토머스 융이라고 가짜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얼마 전 발간되었고 또 기획 중인 몇 가지 단행본들이 있다. 일전에 디자인 올림픽에서 친구들 중 여러 명이 아파트와 관련한 프로젝트로 박해천 선생의 주도 하에 전시를 했었다. 거기서 파생된 레퍼런스를 모아 이경림이라는 우리 필자 중 한 명이 작업하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 멤버들이 많이 참여한 ‘다음 단계’라는 전시가 있었는데 그 단행본을 내려고 한다. 또한 올해 안에 「가짜잡지」 5호도 내려고 한다. 우리 책은 ‘더북소사이어티’나 '유어마인드', ‘더북스’, ‘가가린’ 등의 서점에서 살 수 있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옥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작가들이 있는데 고려해 볼만한 제안들이 오기도 한다.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가 불안정한 도시의 삶인데 교류하면 좋을 국외의 아티스트 그룹들이 많더라. 그런 친구들과 함께 작업할 계획이 있지만 아직 일정은 확실치 않다. 일단 옥인라디오스테이션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0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그것이 끝나면 좀 놀다가 시작해보지 않을까?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하는 라디오스테이션의 타이틀을 「콘트리트 아일랜드」라고 지어 놓고 시작했다. 내년에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진짜 섬 쪽으로 장소는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공간 운영도 함께 하는 작가 그룹이 있는데, 그들이 옥인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었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그는 우리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옥인아파트의 씬이 자신들의 환경과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말했었는데, 아마도 거기에서 그 다른 속도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 같다.

홍성민   언젠가 작가들이 모여서 대화중 열 명을 모아 섬에 가서 섬 비엔날레를 하자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열 명이 가서 작업해서 열 명이 보고 끝나는 전시.
자, 다음부터는 포도의 공통적인 질문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읽기 시작한지 꽤 오래된 책이 있다. 생일에 선물 받은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의 「구조의 부재」이다. 원래 책을 띄엄띄엄 읽는 편이다. 여기 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읽고 있던 책은 씨네 21이다. 요즘은 영화평론 읽는 게 재미있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나도 책을 한 권만 읽지 않고 매일 바꿔서 읽는다. 보통은 그냥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띠크」를 읽고 있다. 최근에는 동문선 현대신서 시리즈 중 하나인 「약물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약물의 메커니즘과 그에 반응하는 신체에 관한 개론서쯤 된다.

박재영. 파트타임스위트
여행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라 호흡이 긴 글을 보기가 힘들다. 헨리 제임스와 카프카 단편을 읽고 있다.

홍은주. 가짜잡지
BBC드라마를 보다가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고 있다. 보니까 드라마보다 소설의 뉘앙스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최준우. 가짜잡지
「김대중과 사상」을 읽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고 책 두께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보는 것보다 책 자체를 더 즐기는 편이 아닐까 한다.

김경은. 가짜잡지
나는 선물 받은 책인 ‘생체의 모방’을 읽고 있다. 과학 서적이다.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동방신기 영상도 자주 본다. 나는 요즘 iPad ibook 에 빠져 있다. 야오이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고 만화책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ibook으로 일본 만화들을 가득 다운로드 받아 보고 있다. 지금 읽는 만화는 「서플리」. 그리고 「콘크리트 아일랜드」라는 전시를 하면서 키워드 삼아 서치를 하다가 J.J. 발라드라는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발견하여 읽고 있다. 또 「자연도감」도 있다. 그 세 권을 바꿔가면서 읽는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잠자리 머리맡에 놓은 지 오래 된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를 읽고 있다. 대사보다는 지문만.

이정민. 옥인콜렉티브
책 한 권을 붙잡고 읽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예닐곱 권 정도를 돌아가며 본다. 최근에는 곰브로비치의 소설 「포르노그라피아」 또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 채호기 시집 「손가락이 뜨겁다」 등등이 있다.

홍성민   최근에는 존 쿳시의 「추락」을 읽었고 뮤지컬로 만들어 볼 생각이 들었다.

김장언   포도포도넷에서 라운드 테이블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관례적인 질문이긴 한데, 예술이 무엇인가? 콜렉티브 별로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옥인콜렉티브  초청된 세 콜렉티브 중에 예술과 가장 먼 것 같은데…… 예술은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금처럼?

일동 (웃음)

파트타임스위트  콜렉티브 그룹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예술은 임의성을 띠고 있다.
우리는 예술 아닌 것에 대해 늘 염두에 두어도 영화 「고」에서 권투를 할 때 자신의 주먹을 아무리 힘껏 뻗어도 내 범위가 있다는 대사처럼 전력질주를 해도 그 탈주가 잘 안 된다.
예술이 미술의 이름은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술은 포식자 같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이름이다.

홍성민   가짜잡지 팀에게는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은 무엇인지 물어보겠다.

가짜잡지   예술이 뭔지 예술가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하면 디자인은 뭔지 물어볼 거라 생각해 답변을 좀 준비해 왔다. 라디오스타에서 신정환이 음악이란 무엇이냐고 마지막에 항상 질문하는데, 거기에 몇몇 출연자들이 대답한 것을 찾아왔다. DJ DOC는 친구, 신나게 놀 수 있는 것, 편지라고 답했고 조영남은 돈 버는 수단, 강원래는 작은 기적, 김태원은 3등은 괜찮지만 3류는 안 된다, 유채영은 한 번도 라이브한 적이 없기 때문에 립싱크라고 했다. 이것을 예술에 대입을 해도 다 맞지 않을까?

홍성민   경제적, 시간적 등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순수예술을 계속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홍은주. 가짜잡지
그런 건 상상조차 안 된다. 그냥 실질적으로 친구들에게 원고료를 주어보고 싶다.

이미연. 파트타임스위트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예술을 안 할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물 속에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스킨스쿠버 강사를 하면서 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그러나 거기는 나름대로 권태가 있지 않을까? 가진 조건들이 많아진다고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예술을 한다 안 한다 차원보다도 경제적 시간적으로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예전에 자기가 엄청난 재벌이었으면 대한민국이나 삼성을 놓고 대통령과 배팅을 하겠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후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김화용. 옥인콜렉티브
그 질문을 받으니 마치 내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결국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나는 철이 안 들어서 그런지 상상할 수가 없는 돈이어서 그런지 당최 체감이 안 된다. 예를 들어 10억과 30억은 매우 다르지만 내게는 전혀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그 돈과 프로젝트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그보다 아까 홍은주씨가 친구들에게 원고료 주겠다는 말에 더 동감이 된다. 우리는 우리를 도와준 친구들에게 보다 당당하고 느긋하게 돈 주고 싶다. 작업하면서 정말 중요한 순간에도 아르바이트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마음이 무겁다. 그런 것으로부터 편해지지 않을까

이병재. 파트타임스위트
우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실제로 이번 문래 맵 프로젝트에서 받은 기금의 대부분을 최소한의 제작비를 제외하고 다른 협업자들의 아트피로 책정하였다.적은 액수일지라도 우리도 없으니까 너희도 없이 도와달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질문을 들으니 얼마 전 멤버들과 함께 밤에 달을 보면서 했던 농담이 생각 나는데 그것은 ‘언젠간 파트타임스위트가 작업을 하러 달에 가보면 어떨까?’였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사회적 위치가 먼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딜러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또 우리는 지금 지속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데, 제작과정에 많은 돈을 투입해서 역시나 돈이 되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 보이겠다. 웬만큼 많은 돈이 아니면 작가들 지원을 받더라도 부를 축적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진시우. 옥인콜렉티브
일전에 한 작가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받은 기금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신진작가에게 후원 격으로 증여하는 것이었다. 신진작가 주식을 받자마자 곧 주당 9000원에서 3000원으로 급 떨어져 예상치 못한 부담감을 한동안 안고 살았다고 들은 적 있다.

김장언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오늘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고 이상으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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