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Print Share

「봄의 제전」, 자비에 르루와

2010-09-07  



자비에 르루와(Xavier Le Roy)는 생물학자 출신의 안무가이다. 1998년 언캐니하고 우스꽝스러운 「Self-Unfinished」로 유럽 현대무용계에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한 그는 2010 페스티벌 봄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지휘 동작을 퍼포밍하는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선보였다.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르루와는 일견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공연장에서 몸으로 호응하는 스탠딩 관객을 연상시키거나 그냥 춤처럼 보이는 순간들도 있었다. 이는 정식으로 지휘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동작만을 취했다는 사실은 그가 지휘의 기능성에 따라오는 퍼포밍적 요소에 집중했음을 드러낸다. 또한 지휘 동작은 악기를 든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듯 움직였던 전작과는 다르게 소리가 나는 대상과 소리를 내는 주체의 물리적인 간격을 벌렸고 관객에게 오케스트라라는 설정을 부여해 둘 사이의 관계에 끌어들이도록 했다.

여기서 스트라빈스키의 곡은 그 커다란 음악사적 맥락에서 벗어나 시각적 영감의 원천이 되며 정해진 시간을 다 겪어야만 하는 리얼타임의 장치로써 활용된다. 그리고 르루와는 소리에 신체를 접합시키고 이탈하게 만드는 퍼포머로써 「봄의 제전」이 흘러나오기를 멈출 때까지 음악이 아닌 관객들의 시선과 생각을 이끈다.

 

 

 

 

 

Tag :
List Print Share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