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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랍스아트, 전유 이후의 방법, 이정우 aka 임근준

2010-04-06  



미술, 디자인평론가 이정우(AKA임근준)가 잭슨홍과 박미나의 공동전시 『라마 라마 딩 동』(2009)를 중심으로 ‘프랍아트(Prop art)’에 대해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프랍아트’ 혹은 ‘프랍스아트’는 DT네트워커 피터 토마슨(Peter Tomason)이 동전시의 도록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피터 토마슨은 힙합문화에서 유래한 단어 ‘Prop(s)’를 현대미술에서 전유(appropriation) 이후의, 다른 작가의 방법론과 문법을 자신의 그것과 중첩하고 맞물려 만들어 내는 실험적 방법을 뜻하는 단어로 차용한다. 일례로 전시 『라마 라마 딩 동』의 작업들은 에르메스 갤러리의 김성원 큐레이터가 방법론적으로 유사성을 가진 두 작가, 잭슨홍과 박미나에게 협업을 부탁하면서 이뤄졌는데, 그 결과물로 두 작가의 방법론과 세계관이 맞물리며 새로운 비평적 의미를 가지는 작업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이정우는 두 작가의 협업과정과 의미들을 조명하며, 이어 피터 토마슨의 ‘프랍아트선언문’을 통해 ‘프랍아트’를 설명한다. 



다음은 (불문학자 이지원에 의해 무단으로) 동 전시의 도록에 실렸던 ‘프랍아트선언’의 전문이다.


프랍아트선언(Prop Art Manifesto)
피터 토마슨(Peter Tomason)

1. 프랍아트는 '포스트-어메리컨 월드'에서 도출된 첫 미적 보고의 군집이다.
2. 프랍아트는 법칙의 지배, (반)자율적 실천, 그리고 성숙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다.
3 .프랍아트는 허락 받지 않는 인용과 댄디한 도둑질을 의미한다.
4. 프랍아트는 세대적 미적 착취의 체제에 저항한다.
5. 프랍아트는 어떤 식으로든 양자적 또는 상호적이다.
6. 프랍아트는 원전과 다른 메타 차원의 메시업(혹은 글리치)이다.
7. 프랍아트는 창조성을 추구하는 데 따르는 민망함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수단이다.
8. 프랍아트는 성찰적 현대화 시대의 자기-참조가 확장된 형태다.
9. 프랍아트는 훼손된 당대성이 배태한 결실이다.
10. 프랍아트는 시대착오적이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11. 프랍아트는 현대성을 기린다.
12. 프랍아트는 기념비적 아름다움을 거부하지 않는다 : 인위적 비기념비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13. 프랍아트는 현실 도피적 리얼리티를 도출해 현실로 귀환한다.
14. 프랍아트는 조작된 진실과 기만된 거짓을 존중한다.
15. 프랍아트에 종종 등장하는 강박적 농담은 자기보호의 기제다.
16. 프랍아트는 기억에 관한 것인 동시에 망각을 용인한다.
17. 프랍아트는 틈새 마케팅의 미적 논리를 벗어난다.
18 프랍아트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최종 형태로 도출괴는 일이다.
19. 프랍아트는 예상한 것 이상의 결과를 낳는 과정을 의미한다.
20. 프랍아트는 실패를 성공시키는 기술이다.
21. 프랍아트는 스킨과 데이터베이스의 결합체다.
22. 프랍아트의 오브제는 일종의 모에-캐릭터다.
23. 프랍아트는 포스트-미디엄의 상황에서 미적인 것과 미적이지 않은 것의 구분이 정말로 사라졌다고 믿는 바보들에게 교훈이 된다.
24. 프랍아트의 핵심은 동원된 미디어의 다이어그램적 배치에 있다.
25. 프랍아트의 작업을 언어로 치환하면, 말단이 열린 형태의 텍스트-구조체ㅡ종종 동어 반복적인ㅡ가 드러난다.
26. 프랍아트는 중국 상자 혹은 차이니즈 위스퍼다.
27. 프랍아트의 협업은 종종 상대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일이 된다.
28. 프랍아트의 협업은 종종 피처링의 형식을 띤다.
29. 프랍아트의 협업은 종종 기회주의적인 분업(혹은 아웃소싱)이 된다.
30. 프랍아트의 협업은 동업자를 하나의 매트릭스로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한다.
31. 프랍아트는, 이성에 의해 설정되지만, 감성에 의해 기동되고 많은 부분, 몸에 익은 지식에 의해 구현된다.
32. 프랍아트는 가상의 관객을 염두에 둔채 실재의 관객을 도모한다.
33. 프랍아트는 보이지 않는 조건들의 배치와 조합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믿음의 결과다.
34 프랍아트는 오브제와 정신의 (재)결합체다.
35. 프랍아트는 인륜 감식의 수단이다; 고로 초상화나 산수화에 다름 아니다.
36. 프랍아트는 일종의 크고 작은 에고-트립이다.
37. 프랍아트는 생산주체의 후츠파를 직간접적으로 증언한다.
38. 프랍아트는 오늘의 포스트-프로덕션 시스템이 가능케 하는 모든 종류의 조작을 긍정한다.
39. 프랍아트는 주석이 본문이 되고, 이야기가 주석이 되는 세계다.
40. 프랍아트는 포스트-모던 이후의 납작한 세상을 사는 방법이다.
41. 프랍아트는 태도다.
42. 프랍아트는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을 추구한다.
43. 프랍아트는 어떤 경우라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44. 프랍아트에서 언어와 조형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45. 프랍아트는 (언어에 연루된) 오브제를 (언어에 종속시키지 않은 채) 다른 차원의 오브제로 전환하는 데서 발생하는 궁극의 조형적 쾌락에 대한 굴복이다.
46. 프랍아트는 종교에 도전하지 않는다.
47. 프랍아트는 “예술의 수호자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48. 프랍아트는 젊은이를 사랑한다. 젊은이는 프랍아트를 사랑한다
49 프랍아트는 중산층을 사랑한다. 중산층은 프랍아트를 사랑한다.
50. 프랍아트를 위해 아이러니는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대개의 프랍아트는 아이러니하다
51 프랍아트는 훈육적 가설에 기반하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하쿠나마타타’다.
52. 프랍아트는 약자를 돕고 강자를 애호하는 마음이다.
53. 프랍아트는 세계를 바라보는 최신의 방법을 제시하지만,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54. 프랍아트는 진정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55. 프랍아트는 미적인 어퍼머티브 액션에 반대한다.
56. 프랍아트는 문화다원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정치학을 의심한다.
57. 프랍아트는 내용과 형식이 결국 하나라는 점을 깨달아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58. 프랍아트는 ‘과정이 모든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 의해 창출되지만, 언제나 결과로만 말한다.
59. 프랍아트를 네 마디로 표현하면, “라마 라마 딩 동”이다.



임근준 AKA 이정우는 미술/디자인 평론가로 DT네트워크의 발기인이다. 서울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미술이론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트선재센터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계간 「공예와 문화」 편집장, 한국미술연구소/시공아트 편집장, 월간 「아트인컬쳐」편집장을 역임했다. 「크레이지 아트, 메이드인 코리아」(2006), 「이것이 현대적 미술」(2009)등이 대표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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